재고는 창고에 쌓인 물건이 아니라 거기 묶여 있는 현금입니다. 같은 1억 원어치라도 한 해에 열두 번 도는 가게와 두 번 도는 가게는 완전히 다른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재고회전율은 그 차이를 숫자 하나로 보여 줍니다.
계산식 —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을 쓰든 상관없지만 한 번 정하면 계속 같은 식을 써야 합니다. 작년과 올해를 다른 식으로 재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석은 이쪽입니다. 위아래가 모두 원가 기준이라 마진이 섞이지 않습니다. 매출액을 쓰면 값을 올려 팔수록 회전율이 좋아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달마다 들쭉날쭉한 업종이라면 열두 달 말 잔액의 평균이 더 정확합니다. 계절을 타는 장사에서 1월과 12월만으로 평균을 내면 성수기가 통째로 빠집니다.
회전일수로 바꾸면 감이 더 옵니다. 회전율이 6이면 365 ÷ 6 ≈ 61일 — "들여온 물건이 평균 두 달 만에 나간다"는 뜻입니다. 사장님께는 "6회"보다 "두 달"이 훨씬 잘 읽힙니다.
몇 번이면 좋은가 — 업종이 답을 반쯤 정합니다
절대 기준은 없습니다. 신선식품과 기계부품이 같은 숫자를 목표로 할 수는 없습니다. 대략의 감만 잡아 두시면 됩니다.
| 업종 | 대략의 회전율 | 회전일수 |
|---|---|---|
| 신선식품 · 유통기한 짧은 상품 | 30회 이상 | 12일 이하 |
| 일반 소매 · 온라인 셀러 | 6~12회 | 30~60일 |
| 제조업 완제품 | 4~8회 | 45~90일 |
| 기계부품 · 산업재 | 2~4회 | 90~180일 |
남과 비교하기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세요. 업종 평균은 사업 규모·거래 조건·취급 품목에 따라 크게 흔들립니다. 정말 쓸모 있는 비교는 지난 분기의 우리입니다.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회전율을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재고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줄이면 팔 물건이 없어서 회전율이 좋아집니다. 그건 개선이 아니라 기회 손실입니다.
- 결품이 늘지 않았는지 함께 봅니다. 회전율이 올랐는데 "없어서 못 판" 건수도 같이 늘었다면 재고를 너무 조인 것입니다.
- 발주 횟수가 늘지 않았는지 봅니다. 조금씩 자주 주문하면 재고는 줄지만 운송비와 발주 처리 비용이 늘고, 단가 할인도 못 받습니다.
- 급하게 판 것은 아닌지 봅니다. 재고를 털려고 대폭 할인했다면 회전율은 좋아지고 이익은 나빠집니다.
회전율은 브레이크가 아니라 계기판입니다. 숫자 자체를 목표로 삼는 순간 숫자를 위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나왔나"를 묻는 데 쓰세요.
전체 회전율은 거짓말을 합니다
전사 회전율이 6회로 괜찮아 보여도, 안을 뜯어 보면 잘 도는 품목이 안 도는 품목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품목군 | 재고금액 | 연간 매출원가 | 회전율 |
|---|---|---|---|
| A (주력) | 2,000만 | 2억 4,000만 | 12회 |
| B (보조) | 3,000만 | 9,000만 | 3회 |
| C (잠김) | 5,000만 | 1,000만 | 0.2회 |
| 합계 | 1억 | 3억 4,000만 | 3.4회 |
합계만 보면 3.4회지만,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A뿐입니다. C에 5,000만 원이 잠겨 1년에 한 번도 안 돌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댈 곳은 회전율이 아니라 C입니다.
그래서 회전율은 품목군별로 나눠 봐야 뜻이 생깁니다. 나누는 기준은 ABC 분석이 정해 줍니다.
회전율을 올리는 실제 방법 넷
- 안 도는 품목을 먼저 찾습니다. 전체를 조금씩 줄이는 것보다 잠긴 돈이 큰 몇 품목을 처리하는 쪽이 효과가 훨씬 큽니다.
- 발주 단위를 다시 봅니다. "10개 사면 싸니까"로 100개를 들여왔는데 1년에 12개 나가는 품목이라면, 그 할인은 8년치 보관비로 되갚는 셈입니다.
- 리드타임을 줄입니다. 주문하고 오는 데 30일 걸리면 그만큼을 늘 쌓아 둬야 합니다. 20일로 줄이면 그 차이만큼 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안전재고를 근거 있게 다시 잡습니다. 감으로 잡은 안전재고는 대개 과합니다 — 안전재고와 재발주점에 계산식이 있습니다.
더하기빼기에서 무엇을 보나
회전율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화면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계산에 필요한 값과, 회전율이 말해 주는 문제는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 평균재고금액 | 재고평가의 월별 기초·기말 금액 또는 재고금액 화면의 개산 |
|---|---|
| 매출원가 | 재고평가의 월별 출고 금액 합계 |
| 안 도는 품목 | 잠자는 재고 — 며칠 이상 안 나갔는지와 거기 묶인 돈을 함께 보여 줍니다 |
| 잘 도는 품목 | 품목별 입출고 — 기간 안 출고 순위와 현재고를 나란히 |
월마감을 해 두면 이 계산이 쉬워집니다. 마감한 달의 기초·기말 금액은 다시 바뀌지 않으므로, 매달 같은 자리에서 값을 가져오면 됩니다 — 재고평가와 월마감.
회전율은 곧 현금흐름입니다
재고에 묶인 돈은 이자를 못 받는 예금과 같습니다. 팔려야 현금이 되는데, 그때까지는 은행에 넣어 둔 것도 아니고 다른 물건을 사는 데 쓸 수도 없습니다.
회전일수를 줄이면 그 차이만큼 현금이 풀립니다. 재고금액 1억, 회전일수 90일인 가게가 60일로 줄이면 계산은 이렇습니다.
| 회전일수 | 필요재고 | 풀리는 현금 | |
|---|---|---|---|
| 지금 | 90일 | 1억 | — |
| 개선 후 | 60일 | 6,700만 | 3,300만 |
3,300만 원을 빌리지 않고 마련한 것과 같습니다. 대출 이자를 연 6%로 잡으면 해마다 200만 원을 아끼는 셈이고, 그 돈으로 잘 나가는 물건을 더 들일 수도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자금이 마르는 가장 흔한 이유가 매출 부진이 아니라 재고 과다입니다. 장부상 이익은 났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면, 그 돈은 대개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계절을 타는 장사는 이렇게 봅니다
여름에 몰리는 장사라면 성수기 직전 재고가 가장 많고 직후가 가장 적습니다. 이때 연 1회 계산은 언제 재느냐에 따라 값이 두 배씩 차이 납니다.
- 열두 달 말 잔액을 평균 냅니다. 기초·기말 둘만 쓰지 않습니다.
- 성수기·비수기를 나눠 각각 회전율을 냅니다. 합쳐 놓으면 어느 쪽 문제인지 안 보입니다.
- 작년 같은 달과 견줍니다. 전달과 비교하면 계절 변화를 개선·악화로 오해합니다.
자주 하는 오해 셋
| "회전율이 높을수록 좋다" | 결품이 늘고 있으면 아닙니다. 못 판 매출은 장부 어디에도 안 남아서, 회전율만 보면 개선처럼 보입니다. |
|---|---|
| "매출액 ÷ 재고금액으로 재도 된다" | 됩니다만, 그 값은 마진이 섞인 값입니다. 가격을 올리면 재고가 그대로여도 좋아집니다. 업체 간 비교에는 못 씁니다. |
| "재고를 줄이면 회전율이 오른다" | 맞지만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안 나가는 것을 줄여야 오릅니다. 잘 나가는 것까지 줄이면 매출원가도 같이 줄어 회전율은 제자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