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이 500개인데 500개를 똑같이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사람은 한정돼 있으니 어디에 힘을 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ABC 분석은 그 우선순위를 감이 아니라 금액으로 정하는 방법입니다.
20%가 80%를 만듭니다
어느 사업장이든 품목을 금액순으로 줄 세우면 비슷한 모양이 나옵니다 — 위쪽 소수가 전체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걸 세 등급으로 나눈 것이 ABC입니다.
| 등급 | 품목 수 비중 | 금액 비중 | 관리 강도 |
|---|---|---|---|
| A | 상위 약 20% | 70~80% | 촘촘하게 |
| B | 그다음 약 30% | 15~20% | 보통 |
| C | 나머지 약 50% | 5~10% | 느슨하게 |
20 : 80 은 법칙이 아니라 경향입니다. 우리 사업장이 15 : 85 든 30 : 70 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위쪽 몇 품목이 돈의 대부분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지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으로 등급을 매기나 — 금액입니다, 수량이 아니라
가장 흔한 실수가 많이 나가는 순서로 줄 세우는 것입니다. 하루에 300개씩 나가는 100원짜리 부품보다, 한 달에 두 개 나가는 500만 원짜리 부품이 관리 대상입니다.
이 값으로 내림차순 정렬하고, 누적 비중을 계산해 70% · 90% 선에서 자릅니다.
| 품목 | 연간 출고 | 단가 | 연간 사용금액 | 누적 | 등급 |
|---|---|---|---|---|---|
| 모터 어셈블리 | 120 | 450,000 | 5,400만 | 54% | A |
| 제어보드 | 200 | 90,000 | 1,800만 | 72% | A |
| 케이블 세트 | 1,500 | 8,000 | 1,200만 | 84% | B |
| 고정 브래킷 | 3,000 | 2,000 | 600만 | 90% | B |
| 육각볼트 M6 | 50,000 | 50 | 250만 | 92.5% | C |
육각볼트는 가장 많이 나가지만 가장 덜 중요합니다. 수량으로 줄 세웠다면 1등이 됐을 품목입니다.
등급마다 다르게 관리합니다
| A | B | C | |
|---|---|---|---|
| 실사 주기 | 매달 | 분기 | 반년~1년 |
| 안전재고 | 계산해서 정밀하게 | 계산식 적용 | 넉넉히 잡고 잊기 |
| 발주 | 소량·자주 | 보통 | 대량·가끔 |
| 결품 대응 | 즉시 대체처 확보 | 리드타임 관리 | 여유 재고로 흡수 |
C를 대충 관리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육각볼트를 매달 세느라 모터 어셈블리를 못 세면 손해입니다. C는 오히려 넉넉히 사 두고 신경을 끄는 편이 총비용이 적습니다 — 보관비보다 관리 시간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금액만으로 자르면 놓치는 것
ABC는 금액 기준이라, 싸지만 없으면 전체가 멈추는 품목을 C로 밀어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따로 표시를 하나 더 둡니다.
- 없으면 생산이 멈추는 부품 — 500원짜리 오링 하나 때문에 라인이 서면 금액과 무관하게 A급으로 다뤄야 합니다.
- 조달이 어려운 품목 — 리드타임이 3개월이거나 공급처가 하나뿐이면, 금액이 작아도 결품 위험이 큽니다.
- 유통기한이 있는 품목 — 넉넉히 사 두는 C 전략이 그대로 폐기로 이어집니다.
이 셋은 품목 등록의 비고나 품목 분류로 표시해 두시면 나중에 걸러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다시 매기나
등급은 고정이 아닙니다. 잘 나가던 물건이 시들고, 새 제품이 A로 올라옵니다. 반기에 한 번이면 충분하고, 취급 품목이 자주 바뀌면 분기마다 봅니다.
등급이 바뀐 품목만 따로 보세요. 500품목 전체를 다시 훑는 것보다, "지난번 C였는데 이번에 A가 된 것"과 그 반대를 보는 편이 훨씬 빠르고 눈에 띕니다. 그 변화가 곧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더하기빼기에서 하는 법
- 품목별 입출고에서 기간을 1년으로 잡고 조회합니다. 출고수량과 출고금액이 품목별로 나옵니다.
- 엑셀로 내려받아 출고금액 내림차순으로 정렬하고 누적 비중을 계산합니다.
- 70% · 90% 선에서 잘라 A · B · C 를 정하고, 그 결과를 품목 화면의 분류나 비고에 적어 둡니다.
- 등급에 맞춰 안전재고를 다시 잡습니다 — A는 계산식으로 정밀하게, C는 넉넉히.
이어서 볼 글 — 안전재고와 재발주점, 재고회전율, 재고실사 절차.
"A를 촘촘히 관리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말은 쉬운데 실제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가 늘 모호합니다. A 품목 하나에 실제로 붙는 일은 이 정도입니다.
- 매달 실물을 셉니다. 전수조사가 아니라 A만 세면 몇 십 품목이라 반나절이면 끝납니다. 차이가 나면 그달 안에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안전재고를 계산식으로 잡습니다. 리드타임과 하루 사용량이 바뀌면 다시 계산합니다. A는 결품 한 번의 손해가 커서 감으로 두면 안 됩니다.
- 공급처를 둘 이상 확보합니다. 한 곳에 의존하면 그 회사 사정이 곧 우리 결품입니다.
- 단가 변동을 기록합니다. 금액 비중이 크니 단가 5% 변화가 곧 이익 변화입니다 — 단가 관리 화면의 기간 단가가 그 이력을 남깁니다.
- 발주 잔량을 매주 확인합니다. 들어오기로 한 게 안 들어오고 있는지 미리 압니다.
반대로 C에는 이 중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게 ABC 를 나눈 이유입니다 — 모든 품목에 이 다섯 가지를 하려다 아무 품목에도 못 하게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사용금액과 재고금액은 다릅니다
위에서는 연간 사용금액(얼마나 나갔나)으로 등급을 매겼습니다. 그런데 재고금액(지금 얼마가 쌓여 있나)으로 매기면 전혀 다른 목록이 나옵니다.
| 기준 | 답하는 질문 | 쓸 곳 |
|---|---|---|
| 연간 사용금액 | 어떤 품목이 우리 장사를 굴리나 | 실사 주기 · 안전재고 · 발주 정책 |
| 현재 재고금액 | 어디에 돈이 잠겨 있나 | 과잉재고 정리 · 자금 확보 |
둘 다 A인 품목은 잘 굴러가는 주력이고, 재고금액만 A인 품목은 안 나가는데 쌓여 있는 것 —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대상입니다. 그쪽은 과잉·불용 재고에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