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회전율 — 창고에 묶인 돈이 몇 번 도나

분석 · 읽는 시간 약 5분 · 2026-09-17 갱신

재고는 창고에 쌓인 물건이 아니라 거기 묶여 있는 현금입니다. 같은 1억 원어치라도 한 해에 열두 번 도는 가게와 두 번 도는 가게는 완전히 다른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재고회전율은 그 차이를 숫자 하나로 보여 줍니다.

계산식 —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을 쓰든 상관없지만 한 번 정하면 계속 같은 식을 써야 합니다. 작년과 올해를 다른 식으로 재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재고회전율 = 매출원가 ÷ 평균재고금액

정석은 이쪽입니다. 위아래가 모두 원가 기준이라 마진이 섞이지 않습니다. 매출액 ÷ 재고금액으로 재도 되지만, 그 값은 마진이 섞인 값이라 가격을 올리면 재고가 그대로여도 회전율이 좋아 보이는 착시가 생기고, 업체 간 비교에는 못 씁니다.

평균재고금액 = (기초재고금액 + 기말재고금액) ÷ 2

회전일수로 바꾸면 감이 더 옵니다. 회전율이 6이면 365 ÷ 6 ≈ 61일 — "들여온 물건이 평균 두 달 만에 나간다"는 뜻입니다. 사장님께는 "6회"보다 "두 달"이 훨씬 잘 읽힙니다.

재고회전일수 = 365 ÷ 재고회전율

계절을 타는 장사라면

여름에 몰리는 장사라면 성수기 직전 재고가 가장 많고 직후가 가장 적습니다. 이때 기초·기말 둘만으로 연 1회 계산하면 언제 재느냐에 따라 값이 두 배씩 차이 나고, 1월과 12월만으로 평균을 내면 성수기가 통째로 빠집니다.

  • 열두 달 말 잔액을 평균 냅니다. 달마다 들쭉날쭉한 업종이면 이쪽이 더 정확합니다.
  • 성수기·비수기를 나눠 각각 회전율을 냅니다. 합쳐 놓으면 어느 쪽 문제인지 안 보입니다.
  • 작년 같은 달과 견줍니다. 전달과 비교하면 계절 변화를 개선·악화로 오해합니다.

몇 번이면 좋은가 — 업종이 답을 반쯤 정합니다

절대 기준은 없습니다. 신선식품과 기계부품이 같은 숫자를 목표로 할 수는 없습니다. 대략의 감만 잡아 두시면 됩니다.

업종대략의 회전율회전일수
신선식품 · 유통기한 짧은 상품30회 이상12일 이하
일반 소매 · 온라인 셀러6~12회30~60일
제조업 완제품4~8회45~90일
기계부품 · 산업재2~4회90~180일

남과 비교하기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세요. 업종 평균은 사업 규모·거래 조건·취급 품목에 따라 크게 흔들립니다. 정말 쓸모 있는 비교는 지난 분기의 우리입니다.

회전율은 곧 현금흐름입니다

재고에 묶인 돈은 이자를 못 받는 예금과 같습니다. 팔려야 현금이 되는데, 그때까지는 은행에 넣어 둔 것도 아니고 다른 물건을 사는 데 쓸 수도 없습니다.

회전일수를 줄이면 그 차이만큼 현금이 풀립니다. 재고금액 1억, 회전일수 90일인 가게가 60일로 줄이면 계산은 이렇습니다.

필요재고 = 하루 매출원가 × 회전일수
회전일수필요재고풀리는 현금
지금90일1억
개선 후60일6,700만3,300만

3,300만 원을 빌리지 않고 마련한 것과 같습니다. 대출 이자를 연 6%로 잡으면 해마다 200만 원을 아끼는 셈이고, 그 돈으로 잘 나가는 물건을 더 들일 수도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자금이 마르는 가장 흔한 이유가 매출 부진이 아니라 재고 과다입니다. 장부상 이익은 났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면, 그 돈은 대개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회전율을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재고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줄이면 팔 물건이 없어서 회전율이 좋아집니다. 그건 개선이 아니라 기회 손실입니다.

  • 결품이 늘지 않았는지 함께 봅니다. 못 판 매출은 장부 어디에도 안 남아서, 회전율만 보면 개선처럼 보입니다. 회전율이 올랐는데 "없어서 못 판" 건수도 같이 늘었다면 재고를 너무 조인 것입니다.
  • 발주 횟수가 늘지 않았는지 봅니다. 조금씩 자주 주문하면 재고는 줄지만 운송비와 발주 처리 비용이 늘고, 단가 할인도 못 받습니다.
  • 급하게 판 것은 아닌지 봅니다. 재고를 털려고 대폭 할인했다면 회전율은 좋아지고 이익은 나빠집니다.

회전율은 브레이크가 아니라 계기판입니다. 숫자 자체를 목표로 삼는 순간 숫자를 위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나왔나"를 묻는 데 쓰세요.

전체 회전율은 거짓말을 합니다

전사 회전율이 6회로 괜찮아 보여도, 안을 뜯어 보면 잘 도는 품목이 안 도는 품목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품목군재고금액연간 매출원가회전율
A (주력)2,000만2억 4,000만12회
B (보조)3,000만9,000만3회
C (잠김)5,000만1,000만0.2회
합계1억3억 4,000만3.4회

합계만 보면 3.4회지만,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A뿐입니다. C에 5,000만 원이 잠겨 1년에 한 번도 안 돌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댈 곳은 회전율이 아니라 C입니다.

그래서 회전율은 품목군별로 나눠 봐야 뜻이 생깁니다. 나누는 기준은 ABC 분석이 정해 줍니다.

회전율을 올리는 실제 방법 넷

  1. 안 도는 품목을 먼저 찾습니다. 전체를 조금씩 줄이는 것보다 잠긴 돈이 큰 몇 품목을 처리하는 쪽이 효과가 훨씬 큽니다. 잘 나가는 것까지 줄이면 매출원가도 같이 줄어 회전율은 제자리입니다.
  2. 발주 단위를 다시 봅니다. "10개 사면 싸니까"로 100개를 들여왔는데 1년에 12개 나가는 품목이라면, 그 할인은 8년치 보관비로 되갚는 셈입니다.
  3. 리드타임을 줄입니다. 주문하고 오는 데 30일 걸리면 그만큼을 늘 쌓아 둬야 합니다. 20일로 줄이면 그 차이만큼 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4. 안전재고를 근거 있게 다시 잡습니다. 감으로 잡은 안전재고는 대개 과합니다 — 안전재고와 재발주점에 계산식이 있습니다.

더하기빼기에서 무엇을 보나

회전율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화면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계산에 필요한 값과, 회전율이 말해 주는 문제는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평균재고금액재고평가의 월별 기초·기말 금액 또는 재고금액 화면의 개산
매출원가재고평가의 월별 출고 금액 합계
안 도는 품목잠자는 재고 — 며칠 이상 안 나갔는지와 거기 묶인 돈을 함께 보여 줍니다
잘 도는 품목품목별 입출고 — 기간 안 출고 순위와 현재고를 나란히

월마감을 해 두면 이 계산이 쉬워집니다. 마감한 달의 기초·기말 금액은 다시 바뀌지 않으므로, 매달 같은 자리에서 값을 가져오면 됩니다 — 재고평가와 월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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